난(卵)

Poem, Poemist. 2010. 6. 3. 22:34

난(卵)


껍질이 깨어진다.
껍질이 깨어진다..

무수한 기다림의 그것들이,
껍질을 부수고 부화(孵化)하는 순간이다.

그 어느 알아주는 존재없이
마냥 홀로 외로이 격정을 참아가며,
그것들이 나오는 순간이다.

찌른듯한 광선(光線)을 쏘이려고,
묵히어서 갑갑한 석회질(石灰質)의 공간(空間)속에서
이토록 기나긴 인내를 보여줬던가?

얼핏얼핏 끄인 금 사이로 스며드는
또다른 차원(次元)의 유혹을 이겨내고,
있는 힘껏 가진 힘을 내어 놓아
이렇게 그것들은 나왔는가?

짓누르던 거센 벽을 머리로 받아내치어
피어오를 끓는 아픔을 견디어 내어
미끈한 곡선 위에 그것들은 모습을 드리운다.

그것들은..
깨어진 알[卵] 속에서 나온 생명의 신비들은,
고개를 치켜세워
다닥다닥 엉겨붙은 덩어리를 흔들어 치워 털어낸다.

떨어진 조각의 껍질들을
이젠 그것들이 다시 밝아가며,
흩어진 그 조각들 위에서
조용히 무거운 첫 걸음을 내딛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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