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송이

Poem, Poemist. 2010. 6. 3. 21:51

눈꽃송이


끝자락 너머 언덕 아래에, 하얗게 피여있는 꽃송이가,
그 무취 속에 어려 위태로운 것이,
질기게도 벼랑에 의지한 채,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맞은편 바다의 넓고 큰 풍랑속에서도,
아직 제 빛깔을 지닌 채, 호올로 견뎌내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고통을 받아가며 자라왔기 때문에,
수없이 비가 쏟아지는 한 여름이 와도,
꿋꿋이 견뎌내고 이겨낼 수 있겠지요..
커다란 태풍이 몰려와 그 꽃송이가 휘감켜져 버린대도,
그 꽃송이는 참을 수.. 참아낼 수 있을 겝니다.

하지만, 그 하얀 꽃송이도..
따스한 가을녘이 차차 저물 때 쯤이면,
너무나 심하게 지쳐버린 마음이..
너무나도 무거워져 가는 마음 때문에..
살며시 고개를 숙이며, 지긋이 제 빛을 잃어갈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하얗게 핀 꽃송이 위로,
얼음꽃 같은 꽃잎이 떨구어지는 그런 겨울이 올 때 쯤에는,
조용히.. 아주 조용히..
빛을 바래며 차가운 얼음 꽃에 묻혀버릴 것입니다.
따스한 덮개 삼아 웅크리고, 없는 향기마저 잃어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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