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食傷)

Think, Humanist 2009. 8. 11. 18:18

식상(食傷)


날카롭고 따가운 자명종 울림에
덜 잔듯한 희미한 눈을 어슴프레 뜨고,
야윌대로 거칠어진 나의 손이
무의식 중에 향한 곳은,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축축한 수건과
쩍 달라붙은 노오란 비누조각 하나가 전부다.

굳어버린 듯한 절린 다리를 펴고,
감각을 잃은 듯 제대로 펴지지 않는 손가락을 움켜지고,
어디론가 힘없이 발을 땅에 디디며,
일어나 밖을 향한다.

나에겐 매일 이런 똑같은 식상(食傷)이 있다.

잔뜩 꾸민 겉치레와 정돈된 옷차림은,
과연 누굴 위해 차려 입었을까?

매일같이 그런 단장을 하여 무거운 꾸밈에 짓눌린 채,
또다시 발걸음을 부추겨 본다.

아득히 아침의 태양이 환히 밝아오지만,
그런 햇살의 이면엔 어둠이 있으리라.
언제나 지루한 일상이 끝나고 밤이 오고 새벽이 자라나듯,
저 태양도 익히 즐겨 본 식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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