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緣)

Poem, Poemist. 2010. 6. 3. 21:41

연(緣)


진심으로 당신께서 나를 떠나시려 함이 마음 속에 품어져 계셨더라면,
당신께서는 이 못난 소인(小人)의 앞길을 위하시어,
조금만 일찍 깊은 인연(因緣)을 끊으셔야 했습니다.

어렴풋이나마 소인과의 그 무엇의 오랜 비원(悲怨)을 느끼셨더라면,
당신께선 조금 더 일찍..
당신의 끝을 좇아 끌리어 가는 소인을 뿌리치셔야 했습니다.

..그러지 아니하셨기에,
소인은 여태껏 당신께서 남기시고 추억(追億)하시고 돌아가신 그 흔적주위로,
마냥 한없이 배회(徘徊)하고 있습니다.

매정(邁情)하게도 당신께서는 그토록 커다란 정말의 구렁텅이 속으로,
소인을 밀어버리신 연후(然後)에야..
진정으로 소인의 가시(可視)안에서 사라지고 마셨습니다.

만약, 조금만 당신께서 독한 심사(心事)로 소인의 곁에서 일찍 떠나셨더라면,
아슬하니 엮여져 있는 그 가는 인연(因緣)의 고운 실끈이..
이처럼 오랫동안 버틸 수가 있지 아니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인이 지닌 당신을 향한 끈질긴 염려와 사랑은,
아직도.. 아직도 길게 한없이 늘어지기만 한 채, 끊어지지 아니하였기에..
흐르는 가느다란 미련같은 눈물이 그치지 않습니다.

바라건대, 이제 당신께서는 진정 이 미천(微賤)한 소인을 위해서면,
이토록 당신의 향배(向背)에 따라 추종(追從)을 달리하는 소인을 위해서면,
틈틈히 그 묻어있는 그 흙을 털어내 버리시고..
온전(穩全)히 사라져 주셔야 하옵니다.

당신의 존재가 전부라고 생각해 버리는 이 안이(安易)한 소인을,
매정케도 비정(非情)케도 깨우쳐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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