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마냥 하얀 천으로 두 눈을 가리우고,
한 방의 총성이 들리기만을 기다리는
사형수의 담담한 마음같이..
언제 끊어질지 모를,
아슬아슬한 피아노 줄에 묶여있는
꼭두각시의 묘한 기분같이..
점점 조여 들어오는
그 막연한 두려움은..
곧 있음, 떨쳐낼 수 있을게다.
잔뜩 긴장하여, 하지만
그 한줄기에 나오는 두려움이라도 잡기 위해
묶여있는 틀에 헤쳐 벗어나 보려하지만,
아직 이르다는 것을 안다.
검게 잔뜩 텁텁히 포개어진 구름은,
역시나 그 사이에 묻어나오는 빛줄기들을
어디론가 감추어 버리우고는
오직 외줄기의 가느다란 잔광(殘光)만을 내어 놓는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단조(短調)의 구슬픈 피아노 가락도
더이상 나를 벗어나지 못하게
나의 귀를 갑갑하게 흐리운다.
어쩔 수 없이 나와 대면해야 하는
그 두려움은,
곧 있으면 치를 환한 유쾌함으로
흩어내 버릴 수 있을게다.